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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신중한 캠핑용 고기 선택

 

캠핑용 고기의 선택은 늘 신중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멋진 풍경 속 자연을 벗 삼아 집도 짓었는데 메인 요리로 준비한 고기가 질기면 그 캠핑은 망캠핑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나 본인이 고기를 샀는데 같이 먹는 사람들 표정이 구리고, 누군가 눈치도 없이 좀 질기네 같은 말을 하면 당장 집에 돌아가고 싶기도 하지요.

 

호주산 곡물비육 살치살의 아름다운 자태

 

맛있는 소고기로 배를 채우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삼겹살 목살 등 돼지로 푸짐하게 먹을 때도 많지만 소고기로 배를 채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아무도 말릴 수 없습니다. 이번 캠핑에서도 똑같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고 결국 소고기로 좁혀지더니 호주산 살치살을 숯불에 구워보기로 했습니다. 먹어보고 구입할 수 없으니 한우도 수입도 그야말로 고기 눈치싸움 복불복입니다.

 

믿어보자.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

 

이번에 캠핑 고기로 선택되어 우리와 함께한 고기는 아주 오래 전 캠핑용 고기로 만족도가 높았던 호주산 살치살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구이용 호주산 곡물비육 살치살이었는데요. 비밀 포장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이 예쁘면서도 색깔도 우아하고 마블링도 매력적인 고기였습니다.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라는 기관에서 관리한다고 하니 믿음직스럽기까지!

 

 

 

 

 

살치살은 3번 목심과 등심 사이에서 등심쪽 가장 위에 있다고 하네요.

 

한우도 수입도 모든 소고기는 복불복인가!

 

그런데 여러분. 이 글을 읽으신다면 이것을 기억해주십시오.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는 어떤 기관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름처럼 신선 품질을 관리하는 곳이지 고기의 맛이나 식감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먹어 본 살치살 중 가장 삼키기 어려운 소고기를 만나고 말았었네요.

 

소고기 익는 소리에 잠시 행복했습니다.

 

시작은 아주 좋았습니다. 불 위에 고기를 올렸을 때 고막을 자극하는 사운드가 정말 최고였거든요. 촤르좌지지직~ 촤르좌지지직~ 당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고 호주산 곡물비육 살치살을 처음 잡아보는 젓가락도 감동하여 두 젓가락의 끝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소고기 익는 소리 아이돌이 있다면 이것은 무조건 센터다!

 

몸 둘 바를 몰라 방황하는 살치살 

 

물소 엉덩이 위에 올라 탄 하이에나처럼

 

호주산 살치살은 어떤 맛일까? 이번에는 다른 고기도 없고 이것으로 올인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부족하면 어쩌나. 두근두근 심장도 몸 밖으로 튀어나와서 숯불 위에 올라타서 피를 뿜으며 익어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첫 고기가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고 우리는 가죽이 벗겨진 물소의 엉덩이에 올라 탈 암사자처럼 달려들어 한 점씩 물었습니다.

 

물소에게 달려들어... 어... 응???

 

먹던 고기 사진 죄송하지만 실태 보고를 위해...

 

잠시 후.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서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를 직접 준비한 저는 그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고... 너무 맛있어서 다들 당황했느냐 라고 외치며 가장 크고 육즙이 흘러넘치는 녀석을 입에 넣고 살살 녹여보았습니다.

 

 

 

 

왼쪽부터 100번 씹은 살치살, 200번 씹은 살치살, 300번 씹은 살치살

 

아아... 우리가 뭘 잘못했니?

 

아아. 고기는. 녹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 누구도 녹일 수 없는 물질이었습니다. 호주의 어느 대규모 사육장에서 몸에 좋은 곡물을 주식으로 하며 건강하게 자랐을 그 소의 살치살 부위는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하필이면 살치살 부위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일까요?

 

당당한 호주산 소고기와 당황한 한국인

 

침샘에서 침이 아니라 염산이나 황산가리가 쏟아져 흐른다고 해도 그 살치살은 녹일 수 없었을 것이며 강철 임플란트로 무장한 앞니, 송곳니, 어금니로 겨우 씹었다고 하더라도 목구멍 속으로 삼킬 수 없을 초강력 세포 조직력으로 똘똘 뭉쳐서 살살 녹을 줄 알았던 한국인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살치살은 살살 녹거나 타이어처럼 질기거나 둘 중 하나인가! 오늘은 실패!

 

소고기가 질겼다는 말을 길게 했네요.

 

그렇습니다. 신선하기는 정말 신선했고 롯데에서 자신있게 인쇄해서 붙여 놓은 것처럼 신선 품질의 혁신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의 우수한 연구원들도 눈앞에 놓인 살치살의 마음까지 헤아리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호주에 살던 그 소는 생을 마감하며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먹을 수 있으면 나를 먹어보라고...

 

[최종 결론]

소고기는 아무도 몰라. 정말 아무도 몰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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