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딸기가 너무 좋은데, 딸기는 늘 가격이 비싸서 실컷 먹어본 적이 없었지요. 딸기맛집에 가면 그냥 딸기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딸기로 장난만 치고 진정한 딸기맛집은 아니었어요. 오직 딸기만 높게 쌓아놓고 배부르게 먹고 싶었던 적도 자주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딸기를 먹을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과 불만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결정한 방법은 양이 적더라도 최대한 큰 딸기를 사서, 하나든 두 개든 세 개든 입안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밀어 넣고 한방에 씹어 터트려 먹는 것이었는데요. 딸기 맛을 느끼는 시간은 아주 짧지만 입안에서 핵딸기가 폭발하는 것 같은 짜릿함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홈플러스에 딸기를 사러 갔습니다. 작은 딸기, 큰 딸기. 여기 딸기, 저기 딸기, 지역별 딸기. 다양한 딸기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저는 어떤 딸기를 보는 순간 그 딸기 님 앞에 멈춰서 몸을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습니다. 이름은 킹스베리 딸기. 크기왕에 당도왕이라고 하더라고요. 킹스베리 딸기를 보는 순간 주변에 있던 온갖 작은 딸기들은 가루처럼 보였습니다. 크기왕은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크기왕은 알겠는데 당도왕이라고? 당도왕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한참을 망설였어요. 기대하고 샀다가 당도왕이 아니라면? 내 분노를 홈플러스는 감당할 수 있을까?
오랜 고민 끝에 킹스베리 딸기를 카트에 담았습니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데이브레이크의 노래처럼 저는 킹스베리 딸기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계속 들었다 놨다 하다가 킹스베리 딸기를 먹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포장에 붙어 있던 광고 카피였습니다.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최상의 맛! 도대체 얼마나 자신있으면 이런 카피를 함부로 포장에 붙여 놓았을까? 이것은 낚시성 멘트인가 농민의 자존심을 건 승부수인가? 저는 딸기 농가의 자존심을 믿었습니다. 당도왕은 미확인 상태에서 신뢰하기로 했으니 이제 크기만 결정하면 됩니다.
제가 방문했던 홈플러스에는 크기가 두 종류였어요. 같은 킹스베리 딸기인데 더 큰 녀석은 6개 들어 있었고, 저는 2개씩 4번 양볼이 볼록하게 밀어 넣고 크기와 당도에 감동받고 싶은 마음에 8개 들어 있던 제품을 샀습니다. 어떤 크기의 킹스베리 딸기도 제가 평생 먹어본 딸기 중에는 압도적 최고 큰 딸기였어요. 그렇게 비주얼만으로도 감동을 주고 있던 킹스베리 딸기가 저한테 말했어요. 크기왕에 당도왕인데 절대 실패하지 않는 최상의 맛이라고요.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와서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서 예쁜 접시에 담을 시간도 아까워서 당장 입안 가득 킹스베리 딸기를 머금었습니다.
크고, 싱거워요. 크기왕, 당도거지네요. 찰진 느낌 없는 버석거리는 식감은 실망 보너스예요. 너무 실망하여 며칠을 후회하며 끙끙 앓다가 다시는 홍보성 카피에 현혹되지 않기로 각오하며 마음을 추슬러봅니다. 킹스베리? 이름은 멋진데 내용은 정말 부실합니다. 조폭 영화 보면 칼받이 막내들이 돼지사료 먹고 몸만 키우듯이 크기만 키운 부실한 딸기라고 리뷰를 남겨봅니다. 크긴 커요. 포장도 크고 딸기도 커요. 그냥 큰딸기 왕딸기였어요. 돈도 시간도 흘린 침도 아까움. 품종 개량에는 성공했으나 가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품종이 개량된 상황이 아닌가 탄식하며 이 리뷰를 마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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