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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구가 갑자기 나에게 "너는 정말 약하고 쉽게 깨질 것 같은데 은근 잘 버텨서 신기하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나는 강화유리다 했더니 친구는 강화유리는 아니고 식당 플라스틱 컵 같다고 했다. 바닥에 떨어뜨리면 엄청 큰 소리를 내는데 기스 하나 나지 않고 멀쩡한데다가 감자탕이나 전골집 가면 뜨거운 냄비에 닿아서 그을리고 녹아도 끝까지 식당이 망할 때까지 버티는...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다가 결론은 친구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하는 코렐 밥그릇 정도로 마무리했다. 우리집 코렐 밥그릇은 정말 강하다. 하지만 코렐 밥그릇이라고 해도 결국 세게 던지면 깨질 것이니 나는 그냥 지우개처럼 살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아, 기왕이면 품질 좋은 미술용 지우개. 던지면 튀어오르고 비비면 그냥 닳아주는.

 

코렐 밥그릇은 강하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가는 이슬아인 것 같다. 언론에서 밀레리얼 작가라는 표현을 쓰던데 내 생각에는 밀레리얼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보인다. 작가 이슬아는 아주 짧은 시간 속에서 빠르게 인정받고 유명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녀는 수백년 전부터 헤어스타일만 바꾸며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 같다가도 방금 태어나서 몸을 일으키는 아기 임팔라처럼 안쓰럽기도 했다. 이슬아 작가의 글을 읽거나 인터뷰를 보면 웃으며 말해도 슬퍼보일 때가 있고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말에서 떨림이 느껴지기도 했다. 같은 또래의 사람들보다 많은 것에 신경을 쓰며 살았고 그만큼 많은 감정을 느껴보고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리고 숨길 줄도 아는 사람. 그래서 찾아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작가의 흔적을 찾아보면서 나에게 큰 힘이 되었던 말을 메모했었는데 그 중 다섯 개를 남겨본다. 너무 일부만 메모해서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으나 어느 매체에서 봤었는지 적어두니 필요하신 분은 꼭 찾아서 저 말을 메모한 전후 사정도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일간 이슬아 : 아스팔트보다 검은 이슬아

 

재능이 있는데 성실하지 않으면 완성이 안 되는 거니까.

무언가를 매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라는 글쓰기 선생님의 말씀 떠올리며 : PAPER

 

...처음보다 더 맛있는 떡볶이적인 작가가 되고 싶어졌다.

새소년 황소윤과 이야기 중 테이블 위의 떡볶이를 먹다가 : 일간 이슬아

 

멀쩡한 몸뚱이에 무척 감사해.

행복에 대한 질문에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다며 : 웹진 He:r 

 

거기서 모든 힘이 시작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공간을 가진다는 게 좋았고 그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강단있게 생계를 이어온 것 같다며 : 한겨레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힘...

바로 그 힘이 나에게 있다고 말하며 :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내 비록 재능도, 내 공간도, 멀쩡한 몸뚱이도, 떡볶이 소스도 없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을 상처로 만들지 않을 힘은 있으니 또 오늘을 살아본다.


이슬아 작가 홈페이지 : 이슬아닷컴

 

홈 | 이슬아닷컴

1992년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이슬아를 소개하는 페이지입니다 - 이슬아닷컴

www.sulla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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