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용 쓰레기통에 집쓰레기 차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이 많네요. 공용 쓰레기통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큰 봉투까지 들고 나와서 슬쩍 버리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괜히 다툼이 생길까봐 직접 불만을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살고 있네요.
제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 구석 쓰레기통에 매일 밤 11시 무렵에 누군가 나타나서 차량 쓰레기를 큰 봉투로 하나씩 툭 툭 버리고 갑니다. 그 사람의 퇴근 시간과 나의 흡연 시간이 겹치는 것인지 사연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어색한 어둠 속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폰 보느라 쓰레기통에 봉투 던지는 소리만 듣거나, 그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보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용 쓰레기통에 그렇게 큰 쓰레기를 버리면 금방 가득 차고 또 그 쓰레기를 보고 따라하는 얌채 주민들이 추가로 생기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쓰레기통 근처에 미리 나가서 그를 기다렸는데 예상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그의 차가 스르르 다가오더니 또 큰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내렸습니다.
이럴수가. 그것은 차량용 쓰레기도 아니고 거의 집안 쓰레기를 다 모아서 나온 것 같아 보였습니다. 나는 범죄 현장을 목격한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그를 강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휙 던지고 사라졌을테지만 오늘은 내가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쓰레기통 앞에 서서 방황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해서 조금 더 다가가서 저도 담배를 하나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도 봉투를 바닥에 놓고 나무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냈습니다.
우리는 또 어색한 맞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제가 없어지길 기다리나보다 싶어서 저는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물었고 그도 또 하나의 담배를 꺼내 물었습니다. 팔자에 없던 두 사람의 줄담배가 이어졌고 결과는 제가 이겼습니다. 누가 쳐다보고 있는데 쓰레기 버리는 것에 양심이 반응했는지, 그는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다시 봉투를 들더니 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폐에 연기가 가득찼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려움을 겪던 쓰레기통을 도와준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쓰레기통과 저는 조금 더 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마침 아파트 경비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가시길래 인사하며 쓰레기통에 대해서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며... 그런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익숙하다고 하십니다. 방금 그 쓰레기통은 주변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편이라 양호하고 구석진 곳에 있는 쓰레기통에는 온갖 집안 쓰레기가 많이 들어차서 골치아프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하지 않고서는 어느 집 쓰레기인지 뻔히 알면서도 뭐라고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그런 얌채 혹은 양아치 주민들이 반성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길 바라며 쓰레기통 주변에 차량이나 집안 쓰레기 몰래 버리지 말라고 써붙이고 싶습니다. CCTV 촬영중 이런거라도...
'선지의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등수학 암기력과 통계 응용 과외학습.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활용 추천 (0) | 2021.03.10 |
---|---|
국민건강보험 대사증후군 편지를 받았는데 기분이 이상하네.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리자. (0) | 2021.03.09 |
가라고 하는 노래가 이렇게 많다니 (0) | 2021.02.09 |
매탈남과 김누리와 매막내와 또 이름이 뭐더라... (0) | 2021.01.20 |
테라플루가 필요한 시간 (0) | 2021.01.12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