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대사증후군 편지를 받았는데 기분이 이상하네.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리자.

나름 종이 쓰레기도 줄이고 스마트하게 살고 싶어서 요금 납부 고지서 등 대부분의 일반 우편물을 이메일 수신으로 전환하고 나서 확실히 우편함에 우편물이 들어오는 수가 줄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손편지도 쓰고 주고받던 세대라서 우편함은 알게 모르게 설레는 공간이긴 합니다. 가끔 뭔가 꽂혀 있어서 가보면 병원 광고, 아파트 분양 광고, 동네 식당 오픈 소식 등 찌라시만 들어 있었는데요. 며칠 전에 제대로 된 봉투가 하나 들어있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꺼냈고 거기에 제 이름까지 찍혀 있어서 잠시 기분이 좋았는데 그 유명한 대사증후군 경고 편지였네요. 누군가 이 편지 처음 받고 우울해졌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편지를 뜯어보았습니다.

 

당장 저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대사증후군 주의군에 속해 있었습니다. 조금만 노력하신다면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는 단계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함께 들어 있었네요. 여러가지 요인 중 위험요인으로는 복부비만이 체크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안내하는 수치들은 언제 확인된 수치인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2020년 12월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아마도 그때 검사 결과가 국민건강보험 측에 공유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복부비만이야 늘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던 중이라서 크게 놀라울 상황도 아니었고 오히려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 수치라고 안내를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국민건강보험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위험 요인이 발견되면 이런 우편물을 보내주는 것 같은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 안내와 함께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문자 발송, 책자 제공, 온라인 건강정보, 개발 건강상담까지. 본인만 원한다면 국민건강보험에 건강 상담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전화번호는 1577-1000 번인데 이런 우편물을 받은 사람만 가능한 것인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상담이 가능한지 알아보니 이 번호는 건강검진 결과에서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사람만 상담이 가능한 번호라고 합니다.

 

 

이 편지를 받고 우울했었다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저도 드디어 대사증후군 경고 편지 받았다고 말해주니, 같이 늙어간다고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거나 걱정되는 내용은 아니고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에서 참 친절하게 열심히 일하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 분은 어떤 점이 기분이 나쁘고 우울했느냐 물어봤죠. 그랬더니 답변은 어이없게도 안내 책자에 들어있는 일러스트가 너무 노인을 그려놔서 아직 젊은데 너무하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 위에 삽입한 이미지를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것 같습니다. 좀 심하긴 하네요.

 

 

 

아무튼 저는 드디어 대사증후군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평생건강을 위한 행복한 실천이라는 구호 뒤로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이 강조되고 있었는데 아직 젊으신 분들은 미리 챙기시라고 적어봅니다.

 

1. 허리둘레를 줄이자. 

2. 혈압을 낮추자.

3. 혈당을 내리자.

4. 중성지방을 줄이자.

5.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리자.

 

이상 다섯가지 실천사항이었는데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들은 다들 너무 잘 아는 내용이지만 다들 너무 잘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쭉 써볼게요. 운동을 자주 하고 짜고 매운 것 너무 많이 먹지 말고요, 스트레스받지 말고 술이나 탄산음료 줄이고요 양질의 음식을 먹으면서 또 운동을 자주 하면 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복부비만인 나에게 복부비만이니 조심하라고 편지를 보내주시니 내가 이 나라에 국민으로 존재하고 내가 열심히 내는 세금으로 관리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잠시 좋았다가 내 복부의 상태를 누군가 알고 있다는 생각에 좀 쑥스럽기도 했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