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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반장은 있는데 김선호는 사라졌습니다. 저녁 뉴스에서 기상캐스터가 이야기하네요. 공허함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진이라는 마을에는 앞으로 해가 뜨지 않는다고... 평생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살아가야 할 저주받은 마을. 허탈한 마음에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며 하늘과 기상캐스터를 괜히 원망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아직 유제원 PD가 다음 촬영을 위해 머물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그리고 갯마을의 마을회관에서 차차차를 추고 계실 것 같은 유제원 PD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혹시 제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욕하지는 마시고 우리 함께 갯마을의 주민이 되어 차차차를 추며 아름다운 가을을 보냅시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 춤추기 시작한 순간이 아닐까요?

 

갯마을 차차차
포스터

우리의 마음이
춤추기 시작한
순간

 

유제원 PD 집에는 속담 사전이 있을 것 같다.


이번 갯마을 차차차 제작발표회에서 유제원 PD가 이야기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싸우다가 정드는 게 더 무섭지 않나?"였다. 치과 의사 윤혜진의 바닷가 마을의 정착 과정과 홍두식과의 관계 발전에 대해 소개하면서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딱 한마디를 참 잘 골랐다. 우리는 갯마을 차차차가 시작하기도 전에 싸우다가 정드는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갯마을 차차차 보면 볼수록 점점 무섭다. 혜진과 두식이의 싸움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무섭다.

유제원 PD 책상에 있을 것 같은
속담사전


유제원 PD의 2019년 작품 중 어비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의 홍보 카피는 이렇다. 우리는 구슬로 인해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살인마도. 어비스를 떠올리니 갯마을 차차차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무서운 혹은 걱정되는 이야기. 어비스의 기획 단계에서도 속담을 인용한 적이 있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을 예로 들면서 선과 악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결국 따뜻한 마음이나 착한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악에 대한 가장 큰 복수라는 생각을 전했다.

 

우리는 구슬로 인해
다시 태어났다.

 

 

 

유제원 PD는 개인감정보다는 모두의 일상과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영화감독, 드라마 연출가, 작곡가, 작사가 등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은 작품 속에 자신의 성향이나 속마음이 어떻게든 녹아있을 텐데 유제원 PD는 유독 사람의 관계, 특히 특정 인물 사이보다 그려놓은 큰 그림 전체에 연결되어 있는 모두의 관계를 더 중요하는 것 같다.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윤혜진과 홍두식, 두 사람의 모습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공진이라는 마을이 진짜 주인공으로 느껴진다.

 

가장 최근작 하이바이 마마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조강화와 귀신의 만남이라는 판타지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었지만 결국 드라마가 끝났을 때 느낄 수 있었던 더 큰 그림은 우리 모두의 일상 속의 사건 사고를 통해 더 나은 우리의 관계를 만드는 법이었다.


하이바이, 마마
제목이 너무 어려웠어.

문득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유제원 PD는 연애할 때 누군가에게 이런 이유로 상처를 주거나, 상대방이 이해해주었더라도 본인이 미안해서 더 아파했던 일이 자주(?) 있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너무 재미있고 착하고 생각도 깊고 등 다 좋은데 가끔 모두의 관계 유지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면서 너도 나와 함께 희생하자고 유혹하는 나쁜 남자. 그래서 아마도 유제원 PD의 모든 작품 속 감정과 사건과 관계 설정과 돌발상황까지... 그 어떤 스토리에도 유제원 PD를 이해해주고 사랑하는 천사 같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말로 급히 마무리하자.

아무튼 유제원 PD는 유블리라는 별명처럼 정말 멋지고 사랑스러운 사람일 것이다.


멋지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말보다 먼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헌신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있었다. 그 이유는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봤던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뉴스였는데. 2017년 비밀의 숲의 첫방영을 앞두고 계획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전제작 분량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데 유제원 PD가 두 팔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섰다는 소식이었다. 안길호 PD와 개인적 관계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혹은 방송국의 좋지 않은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나선 정말 멋지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비밀의 숲
유제원 PD도 참여했었구나

여백이 많은
유제원 PD 프로필

유제원 PD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의 미담도 많다고 하는데, 들어보면 큰 이슈가 될 미담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본성에서 나오는 배려와 사랑 표현법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드라마 출연진과 소통할 때 별명을 부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상대가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만큼 조연을 챙기고 조연만큼 또 아역배우를 챙기는 모습에 드라마 제작진들도 모두 감동한다고 하던데. 세 아이의 아빠로 알려진 유제원 PD는 늘 그렇게 사랑스러워서 사랑스러운 드라마도 잘 만드는 것이 아닐까?

 

 

유제원 PD 앞으로 더 좋은 드라마 많이 만들어 주세요.


갯마을 차차차는 영화 홍반장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홍반장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영화라서 걱정도 있었다. 내가 간직하고 있던 그 훈훈한 감동을 어떻게 건드릴 것인가? 뭐 이런 경계심으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던 유치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 드라마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느껴졌다. 제목을 바꾼 것도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유제원 PD가 제목도 제안했다고 들었다. 홍반장의 이야기지만 공진이라는 마을이 주인공이 되는... 내가 차차차를 배운 적은 없지만 차차차라는 제목도 모두가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차차차라는 춤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하니, 나도 갯마을 차차차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살짝 들어가서 함께 춤추며 웃고 울고 감동하면 좋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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