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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잠시 연천에 다녀왔습니다. 연천은 늘 강원도인지 경기도인지 헷갈리는데 이번에 확실히 기억하려고 합니다. 연천은 강원도 같은 경기도입니다. 북쪽으로 운전하면서 소요산을 지나갈 무렵부터 제가 좋아하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소요산을 지나면 어느 순간 주변의 건물들과 함께 소음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조용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확실히 도시와 멀어졌다는 실감이 나는 순간이지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방문하려고 계획했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연천군 가마골 근처에 있는 재인폭포라는 신비로운 명승지입니다. 재인폭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었는데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찍은 홍보용 사진을 보면서 환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말 저 사진처럼 아름다운 폭포가 연천에 있다는 말인가! 감탄하고 궁금하고 어서 달려가서 깊은 주상절리 협곡의 끝에서 아름답게 쏟아지고 있는 그 웅장한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그게 자꾸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 세월은 흘러가고 이제야 재인폭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본 연천 재인폭포. 아직 그곳은 겨울이었다.

 

 

사진 속의 재인폭포는 주로 단풍이 절정인 가을의 모습이었습니다. 엄청난 높이의 주상절리 협곡의 끝에서 울긋불긋 어여쁜 단풍나무들 속에 신비롭게 쏟아지고 있는 폭포수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깊고 푸른 웅덩이가 함께 보였지요. 제가 방문한 3월 중순은 이미 봄이 온 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재인폭포는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하필이면 방문한 날 구름도 끼고 황사 영향도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더욱 흐려보였는데요. 비록 앙상항 나무로 가득한 숲과 더욱 어두운 협곡의 바위 속이었지만 재인폭포는 빛나고 있었습니다. 요즘 비가 안 와서 혹시 물이 없는 폭포를 만날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정말 힘차게 쏟아지고 있는 재인폭포를 만나고 왔답니다.

 

 

출렁다리에서 본 재인폭포. 전망대에서 봤을 때보다 더욱 신비로운 모습.

 

 

재인폭포는 입구에도 대규모 주차장이 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재인폭포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근처에도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평소에는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서 차를 두고 걸어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겨울의 재인폭포는 방문객도 적고 코로나 영향 때문인지 완전 개방되어 있어서 편하게 전망대 근처 주차장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망대 옆에 생긴 출렁다리를 건너서 협곡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은 통제되고 있었는데요. 언제까지 그렇게 운영하는지 안내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출렁다리를 지나 재인폭포로 조금 더 가까이 올라가보았습니다.

 

 

참고로 당분간 재인폭포를 보러 가신다면 전망대와 출렁다리까지, 그러니까 폭포 주변만 관람이 가능하고 폭포를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협곡 아래쪽은 통제되고 있다고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재인폭포를 처음 만나 복잡했던 생각도 많이 정리하고 좋은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재인폭포를 다녀오시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색과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신 분들은 혼자서 조용히 방문하셔도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실 것 같아요. 다음은 간략한 재인폭포 방문 정보입니다. 


[연천 재인폭포 안내]

 

1. 주소 : 경기도 연천군 연천리 부곡읍 192

(티맵에 재인폭포 검색하시면 주차장까지 자세히 안내됩니다.)

2. 높이 : 18.5m

3. 이용시간 : 일출 후 일몰까지

4. 입장료 및 주차비 : 무료

저는 무료였는데 혹시 몰라 담당자 연락처 남깁니다.

출발 전에 문의해보세요.

연천군청 문화관광 담당부서 031-839-2114 

3. 추천 방문 시기 : 가을과 여름을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단풍 절정인 가을이 가장 좋겠지만, 계절마다 다른 재인폭포만의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곳에 확실한 봄기운이 전해질 초여름 즈음에도 다시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4. 재인폭포라는 이름의 두 가지 유래

조선시대 연예 활동에 종사하는 천민계급을 재인(才人)이라 하였는데 재인폭포라는 이름의 유래 중 한가지는 그 고을의 원님이 재인의 아내에게 반해서 재인에게 지금 재인폭포의 절벽에서 줄타기를 시킨 후 줄을 끊어 죽게 했고 그의 아내를 차지하려 했으나 재인의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물어뜯어 남편이 복수를 하고 자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유래는 어느 재인이 재인폭포의 아래에서 놀다가 자신이 폭포의 절벽 사이에 외줄을 걸고 지나갈 수 있다고 실력을 뽐냈고 마을 사람들이 자신 있으면 아내를 걸고 해 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재인이 춤과 기교까지 부리며 절벽 사이의 외줄을 건너자 내기에 진 마을 사람들이 줄을 끊어버려 재인이 죽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가지 유래 모두 재인폭포의 절벽 사이에서 줄을 타다가 죽은 재인의 이야기인데요, 이런 유래를 모르고 방문했던 제가 바로 그 재인이 건넜던 외줄이 있던 곳에 만들어진 출렁다리를 건너고 그 위에서 사진도 찍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여기는 폭포가 시작되는 곳이에요. 잔잔해 보이는 이 물이 흘러 그렇게 웅장한 폭포가 될 줄이야.

 

 

재인폭포가 언제 처음 발견되었는지, 사람들이 언제부터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겼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에 가보신다면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던 주상절리로 가득 채워진 협곡과 그 끝에서 아직도 푸른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아름다운 재인폭포의 풍경에 감동하실 수 있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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