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커버분석 제 1탄 : Emon 에몬 the world without you 네가 없어질 세계
그녀의 이름을 한글로는 에몬이라고 읽고 씁니다. 가로등이 꺼지는 순간이라는 곡을 우연히 듣고 에몬의 음악 세계에 풍덩 빠졌습니다. 앨범 타이틀도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the world without you 네가 없어질 세계... 멋지지 않습니까? Emon의 음악을 듣고 가사집을 읽으며 Emon 그녀의 따뜻한 감성과 진지하면서도 애틋한 일상을 상상해봅니다. Emon의 음악을 늦게 알았지만 먼저 바로 이 앨범 네가 없어질 세계를 반복해서 감상하며 감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앨범 커버에 담긴 그림을 분석해봅니다. 일단 앨범 타이틀인 네가 없어질 세계는 그 사람을 포함해서 다 없애버리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없어진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싫다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맞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바닥에 담배꽁초가 없는 것으로 보아 줄담배는 아니고 방금 한대씩 나눠 물고 불을 붙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빨간색 큰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네요. 바로 이 빨간색 큰 가방이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마주보고 있는 저 남자를 사랑하고 저 남자도 그녀를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 1미터 거리감을 두고 그린 것으로 보아 약 1년 전부터 애정 전선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수차례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참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다로 불렀던 것이죠. 저 바다는 경상북도 감포 해변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감포 해변에 주변 횟집의 오수배관이 줄줄이 늘어져 있어서 안타깝지만 약 15년 전에 감포 바닷가의 모래와 파도를 떠올려보면 바로 저 그림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질문합니다. 너는 나를 아직 사랑하니? 남자는 대답하지 못하고 담배연기를 깊이 들이마십니다. 그러면서 시선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애매하게 파도쪽을 보고 있지요.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빨간색 가방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자신의 진심을 대답하면 오늘 밤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느 순간 싸늘한 시신으로 만들어져서 저 빨간색 가방에 접혀 담길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눈치도 없는 파도가 하필 두 사람 신발쪽으로 몰려옵니다. 두 사람은 피해야 하지만 그녀는 피할 마음도 없습니다. 그 사람의 대답을 듣는 순간 준비했던 행동을 해야하니 후드티 속에 숨겨놓은 무언가를 꽉 잡고 꺼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살짝 엿들어 봅니다.
여자 : 네가 없어질 세계.
남자 : 응? 무... 무슨 말?
여자 : 네가 없어지길 원해.
남자 : 그래. 내가 사라져 줄게.
여자 : 네가 스스로 사라지게 두진 않을거야.
남자 : 그럼?
여자 : 내가 너를 사라지게 해줄거야.
남자 : 무슨 말이야?
여자 : ...
남자 : ...
여자 : 내가 빌려 준 위스포츠 리조트 CD는 가져왔어?
남자 : CD는 있는데 케이스는 잃어버렸어.
다행입니다. 그 남자는 위스포츠 리조트 CD 케이스 덕분에 일단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녀에게 위스포츠 리조트 CD는 너무 소중합니다. 두 사람과 바다, 빨간색 태양과 빨간색 가방. 모든 것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그녀는 고민에 빠집니다. 그래 CD는 지금 받고 일단 서울로 다시 돌아가자. 케이스는 찾아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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