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는 보름달 속으로 사라졌다.
어제로 돌아간다면 보름달을 숨기겠다.
아니, 기회가 된다면 그 보름달을 죽여야겠다.
2021년 1월 30일. 소피가 죽었다. 소피 사망 뉴스를 보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다. 애정하는 아티스트 소피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아침에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틀었던 플레이리스트는 BIPP가 타이틀곡이었다. 청소가 끝나고 뉴스를 보고 말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온통 소피를 애도하는 글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소피! SOPHIE! 왜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나. 더 많은 음악 더 새로운 장르와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소피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얼기 직전에 꺼낸 탄산음료 같았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실수로 떨어뜨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탄산음료 캔 같았고, 그 후로는 멘토스를 가득 넣고 뚜껑을 닫은 코카콜라 같은 친구가 되었다.
내 블로그 이름도 소피로 짓고 싶었는데 소피는 누군가 이미 쓰고 있었고 소피 비슷한 단어를 아무리 가져다 붙여봐도 사용할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며칠 더 고민하다가 소피는 마음 속에 담고 소피가 소의 피라면 소의 피는 소피니까 결국 소의 피는 선지가 아니겠는가 하면서 선지로 지었던 기억이 난다.
소피의 사고
소피의 사망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소피가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소피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죽었다고 한다.
소피는 보름달을 보러 더 높이 올라갔다고 한다.
소피는 보름달을 만지고 싶었던 것일까?
소피는 보름달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일까?
소피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존재는 보름달이 되었다.
소피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소피는 정의할 수 없는 예술가였다.
소피의 일상 자체가 행위예술 같았다.
소피의 세상을 만분의 일도 못 느낀 것 같은데
소피는 이 지구에서 34년을 살다가 달로 사라졌다.
소피는 보름달이 뜨면 달 속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소피, 안녕.
안녕, 소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뉴욕타임즈 소피 사망 소식
Sophie, Who Pushed the Boundaries of Pop Music, Dies at 34
As a producer and performer, Sophie distilled speed, noise, melody and clarity, working simultaneously at the experimental fringes of dance music and the center of pop.
www.nytimes.com
롤링스톤즈 소피 사망 소식
Avant-Pop Producer Sophie Dead at 34 After 'Sudden Accident'
“True to her spirituality she had climbed up to watch the full moon and accidentally slipped and fell,” U.K. label says of Grammy-nominated musician
www.rollingst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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