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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로의 소음과 함께 푹 자고 일어나서

 

이번 나들이의 숙소를 기산골 캠핑장으로 결정하면서 방문 리뷰를 많이 봤는데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하지만 공통적으로 아쉽다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캠핑장의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심야 소음이었다. 마장호수의 멋진 경치를 보며 드라이브할 수 있는 기산로라는 도로가 있는데, 기산골 캠핑장은 기산로 바로 옆에 있어서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기산로를 달리는 차량과 오토바이의 소음이 크게 들렸다. 나는 소음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서 푹 잘 잤지만, 조금이라도 야간 소음이 신경쓰이는 분은 밤새 짜증날 수 있으니 기산골 캠핑장 예비 고객 여러분은 참고하면 좋겠다.

 

밤에 기산로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 푸다다다당

 

마장호수 근처에 계곡을 찾으러 떠나며

 

마장호수 출렁다리를 다시 한 번 방문할 마음도 있었지만 출렁거림은 어제 충분히 느꼈다고 판단되어 새로운 방문지를 찾고 싶었다. 지도를 보니 마장호수 주변에 작은 물줄기가 많이 연결되는 것이 보여서 어디든 돗자리 펴고 발 담그고 참방거릴 수 있는 계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보가 여러 군데 검색되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 좋고 특히 주차장에 차 세우고 바로 계곡에 접근할 수 있는 보광사 계곡이 좋아보였다. 네비에 보광사를 찍고 출발~

 

왼쪽에 보이는 입구 주차장에서 계곡으로 바로 접근 가능

 

파주 광탄면 보광사입니다. 남양주 보광사 아닙니다.

 

파주 광탄면에 있는 보광사는 신라시대 진성여왕 8년 도선국사라는 분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가끔 네비를 잘못 찍어서 남양주 천마산 보광사로 가는 분이 있다고 하니 주소까지 잘 확인해야 한다. 뜨거워질 시간에 잘 도착해서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나무 그늘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보광사는 입구에 큰 주차장이 있고, 더 올라가면 또 하나의 주차장이 있었다. 나는 조금 더 상류에서 놀고 싶어서 차를 끌고 더 올라갔는데 큰 실수였다. 계곡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막혀 있었고 빈틈이 보이는 곳에는 철조망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것을 뚫고 내려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우리는 다시 하류로 내려갔다.

 

화장실 가는 길에 보광사와 잠시 인사. 다음에 제대로 다시 올게요.

 

 

 

 

 

긴 가뭄 속 계곡 방문은 자제합시다.

 

보광사로 가면서 또 많은 분들의 블로그 리뷰를 보면서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쳤다. 블로그에서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맑은 물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고기도 잡고 다슬기 한가득 담아서 행복한 계곡 라이프 가족의 모습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보광사 계곡은 그야말로 메마른 전쟁터 같았다. 폭염 속에서 가뭄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계곡은 말랐고 물이 흐르긴 했지만 바닥이 거의 드러난 계곡이 초라해 보였다. 게다가 연휴까지 끼고 있던 주말이라서 그런지 마장호수 출렁다리 갔던 사람이 모두 보광사로 왔는지 계곡 전체에 물보다 사람이 많았다. 다슬기보다 사람이 많았다. 조금이라도 평평해 보이는 곳은 모두 사람들의 돗자리가 펼쳐져 있었다.

 

보광사 마른 계곡에 물고기.. 아, 웰시고기!

 

말라도 계곡이다. 작아도 다슬기다.

 

다행히 어떤 가족이 점심 먹으러 가야하는지 자리를 정리하고 떠났고 우리 가족은 그곳에 자리 잡았는데 악조건 속에서 나름 선방해주는 명당이었다. 다른 것보다 아이들이 만족하는 모습이었고 말라도 계곡이라 물은 어떻게든 흐르고 있었다. 아이들 수영복까지 챙겨 입혀서 왔는데 수영복이 젖을 정도의 물은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른 계곡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크기는 작았지만 바위를 뒤집어 다슬기 구경도 많이 할 수 있었으니 목표는 달성한 기분이었다. 물고기도 잡고 싶었는데 너무 빠른 물고기 대신 느리게 걷는 웰시고기도 만날 수 있었다.

 

계곡 중간 중간에 콘크리트 수조가 마련되어 있었다.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가득 담고 다니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아빠는 커다란 족대까지 가져와서 마른 계곡의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었다. 나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이들에게 한 마리도 잡아주지 못해서 자존심이 상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렇게 말라 비틀어진 계곡에 족대까지 챙겨오다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포획 장비는 방금 마신 바나나우유 빈 통과 누군가 버린 잠자리통이었다. 장비 탓을 하며 아이들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아까 그 물고기 대주주 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남는 물고기를 한 마리 빌려주셨다. 자존심은 더욱 무너졌지만 고마웠고 그 물고기는 나중에 잘 방생했다.

 

 

 

 

 

물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계곡

 

물이 부족한 것 외에는 행복한 계곡이었다. 평지에 자리 잡았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과일도 깍아 먹었고 아이들은 어떻게든 신나게 놀 방법을 찾고 있었다.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사람들이 떠날 무렵 내 인생 가장 큰 참개구리도 만날 수 있었고, 물고기를 잡으로 상류로 올라갔다가 내 인생 처음 보는 가늘고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민물 실지렁이도 포획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지렁이가 아닐 수도 있겠다. 아무튼 회충처럼 생긴 개불이나 해삼 색깔을 가진 길쭉한 지렁이였다. 해가 지기 전에 기산골로 돌아오기 위해 짐을 챙겨서 보광사를 떠나며 뒤를 돌아보니 진짜 계곡에서만 놀고 보광사는 제대로 구경도 못한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다음에는 보광사 구경도 제대로 하고 부처님께 절도 하고 와야겠다.

 

다음에는 물 가득한 보광사 계곡을 만났으면 좋겠다.

 

3부 끝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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