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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후 실업을 예상하며 조마조마한 마음

 

계속 일을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회사 사정이나 보이지 않는 압박에 의해 휴직을 하게 된 경우. 최초 1개월 휴직 기간은 갑자기 나에게 들이닥친 서글픈 현실 앞에 자존심이 무너지고 서글프고 서럽고 슬프고 온갖 잡다한 좋지 않은 감정에 휩싸여 빈둥빈둥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직 2개월이 지나면 나를 휴직자로 만든 현재 소속 회사를 원망하며 내가 당장 더 좋은 곳에 취직해서 사표 들고 찾아가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끔 좋은 자리가 보이기도 하지만 다니던 회사보다 처우가 조금이라도 부족해보이면 그냥 패스해버리기도 합니다.

 

 

 

 

휴직 3개월 째가 되면 폭발할 듯 분노하다가 보낸 1개월, 여기저기 좋아 보이는 회사 찔러보다가 보낸 1개월, 그렇게 의미없이 보낸 지난 2개월을 돌이켜보면서 후회하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바로 그때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렇게 제 주변 휴직 폐인들도 그렇고 3개월이 지날 무렵 무너지고 망가지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휴직을 매우 알차고 건강하게 자신의 발전과 재도약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시거나, 오히려 휴직기간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더 멋진 모습으로 새출발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래에 있는 10가지 생활습관은 흔히 말하는 휴직폐인이 되기 싫으신 분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휴직폐인은 자신은 모릅니다. 주변에서 보면 폐인으로 보입니다.

 

방황 중인 휴직자를 위한 10가지 생활습관

부제 : 휴직폐인이 되기 싫다면 읽어보세요.

 

1. 아침에 일어나자.

출근하던 시절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하루가 제대로 시작됩니다.

조금 더 자다가 오후가 되고 기지개 켜고 정신 좀 차려볼까 하다가 해가 집니다.

그러면 어두워진 창밖을 보며 자존감이 무너지고 차갑게 식어가는 심장을 느끼게 됩니다.

 

2. 일어나면 씻자.

출근하던 시절과 같은 수준으로 씻어야 문밖에 나갈 수 있는 기본 자세가 준비됩니다.

나갈 일도 없는데, 모자 쓰고 나가면 되지, 마스크 쓰면 되니까, 하다가 진짜 집에만 있습니다.

자신의 모자와 마스크를 뒤집어 냄새를 맡아 보세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3. 씻었으면 다시 눕지 말자.

당장 나갈 일이 없더라도 다시 눕는 순간 앞의 모든 노력이 사라지고 그냥 실내 인테리어가 됩니다.

일찍 일어나서 잘 씼었는데 다시 눕고 싶잖아요? 뒷통수 머리 찌그러질까봐 베개 조심해서 베잖아요?

눕지 마세요. 너무 신기하게도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면 당신은 결국 늦잠 자고 안씼은 사람이 됩니다.

 

4. 롱패딩에 의지하지 말자.

몸도 뻐근하고 졸려서 바람이라도 쐬거나 음식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롱패딩에 의지하면 큰일납니다.

맨발에 운동화 신고 파자마 바지 입은 채로 롱패딩을 입어 봅니다. 거울 속에 내 모습이 너무 멋지네요.

스쳐 지나가는 동네사람들은 모두 기억합니다. 저 아저씨 석 달째 롱패딩에 파자마로 담배피러 나오네...

 

 

 

 

 

5. 담배는 필요한 양만 구입하자.

밖이 춥습니다. 편의점은 멀리 있네요. 돈도 없으면서 담배를 한보루 삽니다.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보루 포장 뜯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담배 가격 오르기 전 시절을 떠올리며 힘껏 깊게 줄담배를 핍니다.

보루로 샀으니 아끼지 않고 장초도 막 튕겨 버립니다. 보루로 샀으니 폐도 보루만큼 빠르게 썩어갑니다.

 

6. 연락해주는 사람 없다고 슬퍼하지 말라.

크리스마스도 지났고 새해도 밝았고 곧 명절도 다가오는데 왜 아무도 나한테 연락을 하지 않을까?

문자도 보고, 카톡도 보고, 심지어 우편함도 쳐다보는데 진짜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맞나요?

동료도, 사수도, 부사수도, 팀막내도, 인턴도, 친구도, 아무도... 슬퍼하지 마세요. 휴직자는 원래 그래요.

 

7. 유튜브 보면서 좌절하지 마세요.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유튜브 보는 시간은 늘어갑니다. 이런 채널 저런 채널 보다가 눈이 커집니다.

나보다 경험도 적고, 말도 못하고, 용기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두 월 1,000 벌어서 멋지게 삽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며 멋진 미래를 상상하다가 광고건너뛰기를 누르는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8. 주식공부, 사업준비 과감하게 하지 마세요.

서점에는 주식부자, 유튜브에는 월 1000, TV에는 부동산 대박. 아름다운 뉴스와 콘텐츠가 참 많습니다.

휴직자라면 주식공부, 사업준비 과감하게 하지 마세요. 먼저 자신이 과감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십시오. 

사업자등록증이 멋진 매출없는 간이과세자 겸 반토막 주식 보유 중인 과감한 휴직폐인이 될 수 있습니다.

 

9. 원하는게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세요.

복직이면 철판 깔고 찾아가세요. 이직이면 자존심버리고 구직하세요. 사업이면 목숨 걸고 공부하세요.

주식이에요? 주식은 제가 잘 모르겠네요. 유튜버에요? 일단 시작하세요. 뭐든 찍어보세요. 뭐든 올려보세요.

그냥 휴직자에요? 오! 꿈이 참 멋지군요.

 

10. 힘냅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힘을 냅시다. 이제 눈물은 닦고 가족을 생각합시다.

저는 비록 아직 안씻고 밥도 안먹고 누워서 유튜브 보다가 이런 헛소리나 쓰고 있는 사람이지만.

휴직자 여러분. 힘냅시다.

 

헛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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