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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문경여행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진짜 문경새재로 갑니다.

 

지난 이틀 얼마나 쓸쓸했는지

1편 다시 보기로 보고 오실게요.

 

 

문경여행 문경새재 혼자 자전거 여행 1편. 쓸쓸한 사람만 보세요.

명승 문경새재 혼자 여행하기 진짜 쓸쓸한 사람만 보세요. 이것은 명승 문경새재 여행기인데요. 혼자 자전거 타고 다닌 과정이라서 경직되고 우울한 감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Day 1 아래 지도와

sunzy.tistory.com

 

여행지에서 알람은

평소보다 더 짜증 납니다.

 

숙소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잠만 잘 수도 있었지만

 

책도 한 권 안 들고 오고

무겁게 자전거 끌고 왔는데

부지런한 척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일찍 숙소를 나섰습니다.

 

 

 

 

 

문경새재 새재할매집

 

문경새재는 명승으로 유명하지만

고추장양념 석쇠구이 전문 구역이기도 하지요.

 

여기도 고추장 저기도 고추장

거기가 거기고 여기가 거기인 것 같아서

간판 폰트가 가장 튀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제 자전거 타면서

액체만 마시고 밤에 라면 먹었는데

아침 겸 점심으로 든든한 선택입니다.

 

챙겨 온 옥수수 하나 먹으며

고추장양념석쇠구이 초벌을 기다립니다.

 

물론

식당에 아무도 없고

저 혼자 쓸쓸하게 앉았습니다.

 

시원한 맥주가 좋겠지만

저 통은 그냥 물통입니다.

 

 

석쇠 초벌을 기다리는데

할머니는 안 계시고 젊은이들이 상을 차립니다.

옥수수보다 맛이 없으면 어쩌나

잠시 불안한 상상을 해봅니다.

설마요.

 

 

고추장양념석쇠구이 맛집

 

풀과 풀

풀 위에 묵

두부 등 골고루 차려지고

곧 석쇠가 들어오겠지요?

 

 

기름이 잘잘 흐르는

고추장양념석쇠구이 정식이 차려졌습니다.

 

석쇠가 더 맛있으면 어쩌나...

잠시 불안한 상상을 더 깊게 해 봅니다.

 

문경새재에 왔으니

문경새재 입구에 있는

새재할매집에서

고추장양념석쇠구이정식 정도는

먹었었다고 기억하기 위해 열심히 먹었어요.

 

두부가 가장 맛있었네요.

그다음은 석쇠가 튼튼해서 좋았어요.

 

혼자 석쇠 정식은

애매한 결정이었다는 결론입니다.

 

 

문경새재로 들어갑니다.

 

마늘 냄새를

풍풍풍 풍기며

문경새재 입구로 자전거를 끌고 갑니다.

 

자전거 대충 구석에 세워 놓고

살살 걸어보는데 발자국 소리가 좋네요.

 

사부작 사부작

마사토를 밟으며 기분 좋게

문경새재 여행을 시작해볼게요.

 

 

 

 

스티브잡스를 추억하며

 

스티브잡스가

문경 여행을 오면

꼭 사진 찍고 싶었다는

소문이 있는

사과 조형물 앞에 도착했어요.

스티브잡스를 위해

잠시 묵념을 하고

아이폰으로 애플을 찍어 봅니다.

 

 

문경새재 맨발로 걷기

 

문경새재에 호객행위는 없는데

맨발로 걷기 강요행위는 있었어요.

 

많은 여행 선배님들이

추천해주신

문경새재 맨발 걷기에 도전합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보니 정말 좋았어요.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문경새재 흙길은

빗물에 고운 흙은 모두 떠내려가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중사이즈 마사토가 

저를 반겨줍니다.

 

발바닥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비 온 뒤

맨발걷기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여행객의

맨발걷기 덕분에

무좀균이 퍼졌는지

길에는 온통

네잎클로버 밭입니다.

 

처음 하나 발견하고

이런 행운이 나에게?

기뻐했지만

 

걷다가 보니

네잎클로버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십칠

십팔

 

하... 너무 많네요.

거의 네잎클로버 다발을 만들었다가

행운을 온 세상에 뿌려봅니다.

 

 

'캬'라는 말은

이런 장면에 쓰는 것 같네요.

 

어느 캠핑장에서

어떤 가족이

캠핑장 수도관 위에

텐트를 치다가

수도관에 팩을 박아서

뿜어져 나오던

분수가 생각나네요.

 

캬 캬캬 캬캬캬거리다가

다시 더 올라갑니다.

 

 

좋은 곳이 보이길래

네잎클로버 밭을 밟고

안으로 더 들어가서

넓은 바위 위에 앉았습니다.

 

아무도 없어서

살짝 무섭기도 했네요.

 

야생동물이 물 마시러 왔다가

저를 먹고 가지요.

 

 

개울가에 올챙이 한다라이

 

문경새재 올챙이는 참 건강합니다.

계속 혼자 있다가

친구가 생겼네요.

 

모두 잘 자라서

우리의 인연이

개구리 친구로까지

이어지면 참 좋겠습니다.

 

마침 욜라탱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음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더니

올라탱고와 욜챙이가 되었어요.

 

 

 

 

문경새재 1관문 도착

 

제가 1착인가요?

아무도 없는데

문은 열려 있네요.

 

문경새재

문단속 허술한가요?

 

1관문 앞다리를 건너며

오늘 저녁은

문경시장 식육점에 가서

돼지앞다리를 사다가

고추장양념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진짜 아무도 없어서

크게 외쳐보았습니다.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내가 왔다~

창문을 열어다오우워어어~

 

하하하하 신난다.

 

네~ 이노옴~

문경새재를 세탁기에 풀어 넣거라!

세제는 역시 액체가 비싸구나!

문경새재가 세제라면

구입 시 다라이를 주겠느냐~

 

와하하하하

와화화화화화화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혼자 놀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더 미친 사람처럼

꺅 꺅 비명을 지르며

급히 1관문 속으로

비를 피해 들어갔죠...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트럭 뒤에서 아저씨 한 분이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오더니

제 옆에 서서 비를 피하시네요.

 

그리고

흘끔흘끔

저를 쳐다보시는데

 

한번만

더 소리지르면

문경새재 숲 속에서

제 수목장을 치르게 해 주겠다

뭐 이런

표정이시네요.

 

와하하하하하

 

어때요

 

또 만날 것도 아닌데...

 

부끄럽고요.

 

 

쇼미 더 문경새재 불구덩이 팍팍

 

잠시 소나기였나 봐요.

 

비가 그치고

문경새재 1관문을 지나니

멋진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한국인이 방문하고 싶은 곳 100선

그 중에서도 1위를 차지한 문경새재

 

추억은 가슴속에

쓰레기는 배낭속에

 

라임이 참 좋네요.

 

쇼미더머니 나갔으면

불구덩이에 빠지더라도

라임은 좋았다는

평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멋진 현수막이었네요.

 

나중에

넉살이나 정상수가

이 현수막을 랩으로 불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

아까 그 아저씨는

정상수보다 싸움 잘하게 생겼어요.

장딴지가 이만기 같았고요.

뭐 그랬다고요.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다.

 

저 나무 중 하나가

제 수목장 장소였을까요?

 

다행히

아저씨는 바쁘신지 따라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저 나무를 보다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었어요.

 

쇠수세미로

빡빡 닦은 우엉 같지 않나요?

 

저는 우엉을 좋아하거든요.

 

 

문경새재 다람쥐

 

 

바로 그때

다람쥐가 나타났습니다.

 

도시 근린공원에서 보던

청설모 따위 동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귀여움을 장착한

진짜 만화 속에서나 보던

줄무늬 다람쥐였습니다.

 

그런데

사진에는 못 담았는데

다람쥐도 친구가 있네요.

 

저는 아직 혼자고요.

 

괜히 또 부끄럽고요.

 

 

문경새재 일원의 조류분포

 

문경새재에는 새도 많네요.

 

꾀꼬리어치까마귀때까지곤줄박이멧새꿩오목눈이붉은배새매동고비박새쇠박새오색딱따구리물총새콩새직박구리붉은머리오목눈이방울새큰유리새

 

등등

 

많이 산다고는 하는데

제가 직접 만난 것은 까마귀 몇 마리와

오색딱따구리가 나무 파는 소리만 들었을 뿐

 

딱따구리 소리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까 그 아저씨가

트럭에 시동 거는 소리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

잠시 여유 있게 자연을 즐기려는데

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집니다.

 

 

이번 여행 요약 컷

 

위 사진은 제 이번 여행의

중간점검 요약 컷이 되겠습니다.

 

혼자

맨발에

다 젖어서

거지깽깽이 같은데

 

마사토 산길은

굵고 날카로워서

중국산 짝퉁 레고밭 같고

 

흠뻑 젖은 바지는

관우의 청룡언월도처럼

각이 잡히더니

제 허벅지를 할퀴기 시작하는

바로 지금

 

저는 또 쏟아지는 비를 피해

달리고

 

달리는 중에

허벅지는 젖은 바지에 슬려

곧 가죽이 벗겨지고

붉은 피가

비에 젖은 바지에 스며

붉은 바지 입은 여행객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뛰면서 사진은 찍는

바보 같은 상황을 요약한 사진이네요.

 

 

비 피하기 포기

포기했어요.

 

비를 피하면 무엇하리

허벅지 보호하려 바지를 잡으면 무엇하리

 

그냥 다 포기하고

계곡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아무도 없지요?

그냥 물속에 주저앉았어요.

 

음...

시원하면서도

아무도 없으니 또 무섭네요.

 

이제

진짜

다 젖었습니다.

 

제가 물인지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조규찬의 노랫말이 생각나네요.

 

물 같았어요.

 

여기서 똥을 싸면

저는 그냥 똥물이 되겠죠.

 

 

안테나 뮤직 유희율 유재석 형제설

 

저처럼

외롭고 미친 메뚜기가

폴짝 뛰어 제 곁에 왔습니다.

 

최근 이적한 루카쿠...

아... 유재석 말이죠.

 

안테나로 소속사를 옮긴다는 뉴스에

유희열 유재석 형제설이 돌기도 했는데요.

 

샘킴이 사실

샘표라는 설보다

설득력이 부족했죠.

 

아무튼

제가 만난 가장 안쓰러웠던

메뚜기가 유재석이었다면

 

지금 이 메뚜기는

제가 만난 가장 건강한

잘생긴 메뚜기였습니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루카쿠가 호날두 어깨를 짚고

헤더를 날리는 것처럼 뛰었어요.

 

 

문경새재 2관문

 

중국산 짝퉁 레고밭을 걷느라

발바닥이 아작 나고

청룡언월도 같이 젖어 접힌 바지에

허벅지에 구멍이 나도

저는 어떻게든

문경새재 2관문에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조금씩 보이는

문경새재 2관문은

마치 타운포탈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습니다.

 

곧 제가 저 구멍에

빠져들어간다면

여행이고 나발이고

숙소고 샤워고 다 필요 없고

그냥

원래 있던 집으로

순간이동시켜주면 좋겠네요.

 

2관문도

저 혼자 관광합니다.

 

부끄럽고요...

 

 

2관문이라는

타운포탈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모습

 

 

젖은 몸과 마음, 그리고

 

젖은 몸

젖은 마음

젖은 옥수수

 

젖은 옥수수가

허기를 달래줍니다.

 

기념촬영 후

알맹이 다 빼먹고

기둥에 즙까지 몽땅 빨아먹었더니

든든하네요.

 

 

문경새재 과거 길

 

제가 지금 이대로

문경새재 과거 길을 통해

한양까지 걸어가

과거시험을 치른다면

 

아마도

화선지가 젖어서

낙방할 것 같네요.

 

혹은

날짜 잘못 알아서

도착해도 지금처럼

아무도 없거나.

 

자 이제

2관문 넘었고 3관문까지...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2관문 너머에

3관문이던 100관문이던

그것이 혹시 야관문이던

다 필요 없어요.

 

저 이제 내려요.

 

바지도 잠시 내려요.

보지 마세요.

허벅지에 피가 나네요.

바지는 다시 올렸어요.

 

문경새재

오솔길을 걷다가

피비린내를 맡게 될 줄이야.

 

 

문경새재 약수터는 바가지도 예뻐요.

 

내려오는 길에

드디어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하네요.

 

약수터에서 물도 마셨습니다.

약수라고 하니

약이 될 것 같아서

바지에도 뿌렸습니다.

 

맛도 있네요.

맛있어서 조금 더 마시고

아쉬워서 조금 더 마시다가

물배를 채웠습니다.

 

출렁출렁

출렁출렁

 

문경새재에 출렁다리가 있나요?

세상 모든 사물이

출렁이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이 이상한 출렁임을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

 

내리막이었거든요.

 

브레이크 고장 난

포터처럼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내리막을 출렁이며

끌려내려 갑니다.

 

출렁출렁

 

뱃속의 약수가

눈물 구멍으로도 흘러나오는 것 같았어요.

 

 

문경새재 관리사무소는 안내문을 수정하라!

 

맨발 좋지요.

걷기 좋지요.

맨발 걷기 다 좋아요.

 

그런데

적어도 비 온 뒤

맨발걷기는 막아주십시오.

 

발바닥 죽습니다.

 

지금부터

입구에 도착해서

신발을 벗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어떤 커플은

커플티까지 입고 다정하게 와서

신벌을 벗었는데

몇 미터 가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했네요.

 

바닥에 돌멩이가 많아서

발이 너무 아프다고 말하자

남자가

조용히 그녀를 등에 업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두 사람 행복하길 바라며

가던 길을 계속 갔지요.

 

그런데 또 배가 출렁거립니다.

 

그 소리가

그 커플에게 들렸던 것일까요?

 

아무 이유 없이

잘 가다가

남자가 고개를 돌려

제 배를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너무 무겁다고

도와달라는 눈빛이었을까요?

 

그렇게

문경새재 혼자 맨발로 걷기는

출렁임 속에 마무리되고 있었습니다.

 

 

앗! 아는 사람이다!

 

여행 중에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정말 너무 반가웠어요.

 

아까 맨발 안내판 근처에

발 씻는 곳이 있어서

깨끗하게 발 헹구고

신발을 신었더니 너무 편해서

기분 좋아졌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서

기분이 확 다운되었어요.

 

아는 사람이긴 한데

아까 그 아저씨네요.

트럭 아저씨.

 

아저씨.

문경새재 수리를

잘 마무리해주시고

 

덕분에

정말 좋은 추억 만들었어요.

 

늘 건강하세요.

 

 

2편 종료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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