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용산에 갔다가 아모레퍼시픽 건물 앞을 지나갔습니다. 미세먼지가 제법 심한 날이었지만 아모레퍼시픽 사옥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1932년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가 동백 머릿기름을 만들어 팔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은 시작이 태평양화학공업사의 창업으로 이어지고 국내최초 화장품 브랜드 메로디크림도 탄생하게 됩니다. 아, 아모레퍼시픽 역사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나와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욕산 사옥 건출물. 정말 웅장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아름다움이 흘러 넘친다.

 

아모레퍼시픽 하면 아리따 글꼴이 떠오릅니다. 평소 나눔고딕이나 격동고딕 등 굵기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각이 잡히는 글꼴을 좋아했는데요.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아이덴티티를 담았다고 전해지는 Arita Typeface 아리따 글꼴은 제 취향의 글꼴이 아니지만 묘한 매력이 있어서 가끔 좋은 노랫말이나 시를 옮겨 쓸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쇄하면 참 예뻐요.

 

그중 아리따부리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아모레퍼시픽 역사의 시작점이었던 윤독정 여사의 단아한 표정과 정성을 담아 화장품을 만들던 마음과 손길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합니다.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운로드 가능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꼭 사용해보세요. 아리따 글꼴은 산돌이라는 곳에서 만든 줄 알았는데 안그라픽스라고 하는 회사에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 글꼴 중 아리따부리. 까부리. 까부리.

 

아모레퍼시픽 사옥 이야기로 돌아와서, 멀리서 그 건물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감상평 위로 도대체 저런 건물은 어떻게 지었을까? 특히 건물의 껍데기가... 좀 더 건축적인 표현으로, 저런 건축물의 외벽은 어떻게 만들지?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건축 디자이너가 상상 속의 외벽을 정말 멋지고 예쁘게 스케치했더라도 이런 외벽은 시공해야 할 업체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또 여기저기 알아보니 이런 외벽을 시공하는 건축학적 공법이 있었더군요. CURTAIN WALL 커튼월이라는 이름이었어요. 건축물의 하중은 기둥, 바닥, 지붕, 들보에서 지탱할 수 있도록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고 하중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난 외벽 부분이 마음껏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보기 흉할 수 있는 기둥과 보를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마치 커튼처럼 감싸주는 현대적 건축양식이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아름다운 외벽은 알루코 그룹의 동양 아이월이라는 커튼월 제품으로 시공되었다고 합니다. 알루코와 동양 아이월이라... 처음 보는 이 단어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아름다운 외벽은 알루코 그룹의 작품이라고 한다.

 

ALUKO 알루코. 이름이 귀여우면서도 힘이 느껴집니다. 알로 시작하는 것을 보니 알루미늄을 다루는 기업일까요? 알루코 그룹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회사개요 웹페이지에서도 아모레퍼시픽 외벽의 사진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상처럼 알루미늄을 다루는 기업이 맞았고 글로벌 알루미늄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라고 소개합니다. 주식 관련 검색이 많이 이루어지는 기업인지 검새 결과마다 종목코드도 함께 나오네요. 알루코는 001780 알루코로 더 많이 검색되네요. 

 

알루코 그룹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단순히 알루미늄 부품소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금형, 주조, 압출, 도장, 가공, 조립, 그리고 시공과 사후관리까지... 이 모든 과정을 알루코 그룹에서 완벽히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엄청 특별해 보였습니다. 연혁을 보면서 1956년 동양강철로 시작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MOU-COA 체결, 새로운 계열사 신규 설립을 통해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되었고요. 

 

설립기부터 고속철도 소재납품 계약, 현대모비스 개발업체 선정, 도시형 자가부상열차 개발업체 선정, 삼성전자 업체등록 등 굵직한 사업으로 기반을 다진 동양강철. (주)동양강철에서 (주)알루코로 상호를 변경한 것은 2015년이었습니다. 자동차, 선박, 고속전철 등 수송 관련 경량화 소재와 부품을 주력으로 하던 알루코는 요즘 대중적으로도 많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언론 기사를 보니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알루코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첫 번째는 알루코 그룹의 다양한 사업분야 중에서 배터리 케이스가 주목받았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대중의 시선이 주목되면서 알루코 그룹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케이스 사업도 함께 이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에 알루코라는 기업을 찾아보게 된 것은 아모레퍼시픽 사옥처럼 큰 건축물의 외관 시공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알루코는 스마트폰 소재와 배터리 케이스 같은 사업으로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기업이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알아가니 재미있네요.

 

두 번째 알루코 이슈는 아직 저한테는 어렵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왜냐하면 극과 극의 이유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주식시장과 연관이 있는데 흔히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테마주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루코 그룹이라는 기업은 윤석열 테마주로 연결된다는데요. 이상하게 알루코 관련 검색어에 극과 극의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윤석열 테마주와 정세균 테마주... 누구의 테마주가 맞는지 헷갈리네요.

 

전문가들 이야기를 찾아보니 알루코 그룹 소재지가 대전시 대덕구 대화로 119번길로 윤석열 조부와 부친의 고향인 논산과 지역 연관이 있어서 알루코 윤석열 테마주라거나 알루코의 사외이사 중 한 분이 윤석열 최측근의 친형이라는 말도 있네요. 알루코 정세균 테마주 이야기는 억지로 엮은 느낌인데요, 국회의장 시절의 정세균이 베트남에 갔다가 알루코 베트남 공장을 방문했다는 이야기 말고는 못 찾겠어요.

 

호치민 더랜드마크81 알루코 커튼월 시공

 

아무튼 알루코라는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이슈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저한테는 아모레퍼시픽의 멋진 외벽을 시공한 기업이지만요. 그런데 아모레퍼시픽 사옥 외에도 동대문 DDP 외벽과 부산 해운대 벡스코 건물 외벽도 알루코에서 커튼월 시공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베트남 호치민 초고층 빌딩 더랜드마크81 외벽 커튼월도 알루코 작품이라는 뉴스를 봤네요. 몰랐는데 정말 유명한 건물 외벽을 많이 시공했네요.

 

이렇게 용산에 잠시 갔다가 아모레퍼시픽 아리따글꼴 안그라픽스 알루코 그룹 그리고 윤석열 테마주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하루였습니다.

 

 

끝.

728x90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