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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속 부루마불

코로나 속에서 장마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계속 집에 머물게 되면서 최대한 열심히 함께 놀았다. 하지만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집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다 가지고 놀아서 더 이상 놀거리가 없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서 청소도 함께하면 재미있다고 아이들을 속이고 베란다 청소를 시작했는데... 나도 잊고 있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말았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보드게임 부루마불. 먼지 가득 쌓인 부루마불 가방을 아이들이 베란다 창고에서 찾았다. 부루마불 가방은 그냥 창고에 넣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힘들어서 숨긴 것이었다. 진짜 내가 살기 위해서 아이들의 관심이 뜸해질 무렵 숨긴 것이다. 버리려고 하다가 아까워서 일단 숨겼었는데 봉인이 풀려버렸다. 큰일이다.

 

부루마불 돈이 모두 진짜 돈이면 좋겠다.

 

공포의 게임 부루마불

부루마불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괜찮겠지만, 조금 하다가 질리거나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보드게임이 부루마불이다. 부루마불이라는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도적인 패배가 마음대로 잘 안 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경험 기준에서 한 게임 시작하면 적어도 1시간은 해야 재미있게 끝나고, 꼬였을 경우 길게는 3시간까지 게임이 늘어지는데 일부러 파산당하고 싶어도 자꾸 돈을 버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2시간 이상 늘어지다가 겨우 겨우 경기가 끝나고 돈 정리 카드 정리를 하는데 아이들이 한 판 더 외치면 울고 싶기도 했다. 그만하면 안 되겠니? 아무튼 베란다 창고에서 수년간 잠자고 있던 부루마불의 봉인이 풀렸고 아이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새로운 놀거리가 생겨서 기뻐했다. 숨겼던 사실을 말하지도 못하고 나는 매우 기뻐하는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가방과 상자에 쌓인 먼지를 털고 닦고 구성품을 확인하며 다짐했다. 오늘은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해 보자.   

 

부루마불 호텔 말고 진짜 호텔에서 쉬고 싶다.

 

돈을 나누고 규칙을 다시 확인하고 주사위 굴릴 순서를 정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기는 것이었다. 부루마불은 1982년에 출시된 게임이고 내가 어렸을 때도 집에 부루마불이 있었고 친구들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국민보드게임이었다. 그런데 부루마불의 홍보용 이미지에 나오는 가족처럼 모두가 웃으며 즐겁게 부루마불을 플레이했을까? 나처럼 힘들어하고 지겨워하고 그만했으면 좋겠고 숨기고 싶고 그랬던 사람은 없을까?

 

망할 뉴욕은 비싸고 비싼데 비싸기만 하고 사람들이 참 안 걸리더라.

 

그래서 공포의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건강하게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루마불의 단점은 플레이타임이 너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7세부터 성인까지 참여가 가능하니 주로 초등학생과 성인이 섞인 멤버 구성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부루마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충격적인 상황에 멘탈 관리에 실패하는 어린이는 상처를 받고 울거나 짜증 내다가 결국 아이들끼리 싸우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있겠다.

 

위의 단점 외에도 다양한 문제점을 고민하고, 아주 개인적일 수 있지만 내가 부루마불을 하면서 진짜 숨기고 싶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포의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건강하게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혼자 생각하고 맘대로 정리해보았다.

 

 

[공포의 보드게임 부루마불 건강하게 잘 하는 방법]

 

마감시간이나 게임 판수를 정하고 시작하자.

 

부루마불의 첫판은 언제나 재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늘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슬슬 지겨워지거나 참여자 각자 계획한 방향으로 게임이 흘러가지 않아 스트레스받고 예민해질 무렵에 발생한다. 그러니 종료 시간이나 판수를 정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3시간 경기하면서 지구를 수십 바퀴 돌다가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껴보신 분이라면 꼭 실행해야 한다.

 

우주선 모양 말이 분실되었으면 각자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와서 플레이!

 

부루마불 게임 예절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자.

 

예절이라는 것이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발생할 수 있는 다툼이나 게임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제거하자는 일종의 교육이 되겠다. 예를 들면 주사위 높이 던지기. 아이들이 서로 예민해지면 주사위 던지는 방법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그래서 주사위는 높이 던지기는 기본 예절로 정하고 낮게 던지면 다시 던지기로 한다. 좋은 일이 생겨도 너무 심하게 날뛰며 좋아하지 않기. 나쁜 일이 생겨도 너무 심하게 좌절하며 짜증 내지 않기.

 

주로 누군가 서울을 사고 다른 누군가 서울에 걸렸을 때 가장 심각한 분위기 파괴가 일어나는데 이럴 때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마인드 컨트롤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상대방의 모든 표정이나 행동도 거슬릴 수 있으니 서로 행동 규제가 있으면 좋다. 돈 줄 때 지폐 잘 정리해서 주기, 주사위 너무 세게 던져서 상대방 호텔 빌딩 별장 파괴하지 않게 조심하기, 황금열쇠 혼자 읽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확인시키기 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 

 

황금열쇠아닌 똥열쇠를 만나는 되는 순간 망한다.

 

직접 적용해보니 제법 효과가 좋은 꼼수

 

1) 황금열쇠 긍정적 방향으로 조작하기

 

부루마불의 황금열쇠가 참 애매한 구석이 많다. 이름이 황금열쇠라면 좋은 미션만 가득하면 좋겠는데... 황금은 커녕 한방에 망할 수 있는 파산으로 가는 황금열쇠인 경우도 있다. 금액이 크지 않게 오고 가는 세금이나 벌금은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잘 나가서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건물 관리비 폭탄을 맞거나, 가장 아끼는 도시 카드를 반값에 처분해야 하는 황금열쇠가 나오면 한 순간에 경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상상을 해보라. 황금열쇠가 황금열쇠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똥열쇠는 아닌 것이 될 수 있도록 조작하라. 너무 부정적인 황금열쇠는 밑장 빼기를 권장하고, 은근 효과도 좋다는 것을 검증했으니 보호자 입장에서 가족의 화목을 위해 카드 정리할 때 살짝 숨기면 되겠다.

 

서울은 아이들에게 양보하세요.

 

2) 일부러 져주지는 않더라도 보호자가 참아야 할 것

 

왠만하면 서울은 어른이 사지 맙시다. 아이들은 대부분 서울의 주인을 꿈꿉니다. 그런데 게임 시작하자마자 엄마나 아빠가 서울을 덥썩 물어버리면 아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게임 분위기까지 이미 무너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내용은 조금 더 정중하게 높임말로 쓰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죠? 서울은 아이들에게 양보합시다.  

 

나는 무인도에 살고 싶다.

 

정리하고 보니 별 내용 없네. 그래도 아이들은 부루마불을 너무 하고 싶어하는데 부모가 너무 힘들어하면... 그 간격이 점점 벌어지다가 즐거워야 할 여가 보드게임 시간이 우울해질 수 있겠다. 나름 아이들과 더 재미있게 부루마불을 즐길 수 있도록 생각해본 방법이니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이 가볍게 읽어봐 주면 좋겠다. 끝으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마음속에 품고 살다가 이 게시물을 보는 사람이라면 각자 가정의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방법과 꼼수를 적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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